2022 녹색자금사업 ‘우리동네 녹색자금 이야기’ 사진ㆍ수기 공모전

  1. Home
  2. 수기작품

작품명

친정엄마만큼 그리운 어르신

작품 설명

장경진


떨리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발을 떼었다
. 한 발자국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고 하늘을 보며 큰 숨도 쉬었다. 다년간 숲 체험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그 날의 마음은 숲 체험을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만큼이나 떨려왔다. 요양원의 어르신을 처음 뵙는 날이었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한번 본 후 나눔 숲 시설 내 활동실로 들어섰다. ‘…… 어르신들이 아직 다 안오셨구나...!’ 엘리베이터에 한꺼번에 탑승하기 힘든 어르신들은 활동실로 내려와 모두 모이게 되는 시간도 제법 오래 걸린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먼저 내려와서 기다리는 어르신과 눈이 마주쳤다. 웃으며 인사를 드리고는 어찌 해야할까 …… 수 없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 같던 10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드디어 어르신들이 모두 모였다. 나를 보고 있는 어르신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수차례 연습하고 중얼거리며 연습했던 체험수업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나는 것 이었다. 1초간 잠시 눈을 감고 다시금 마음을 붙잡았다.

숨을 크게 쉬고, 수업을 처음 했던 그 날처럼 천천히 시작을 했다.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활짝 웃으며 소개를 하고, 서로의 긴장을 푸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어르신들의 마음처럼 고운 영산홍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꽃을 심으며 그 날의 첫 수업을 마무리했다.

첫 수업이 끝난 후 먼저 수업을 해 봤던 선배 강사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찾아다니며 경험담을 물어보고, 어떻게 체험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했다. 역시 경험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선배님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주옥같은 경험담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프로그램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 많은 체험들... 그 중 어르신들이 무엇을 좋아하실까...? 무엇을 직접 하실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이 도움이 될까? 고민을 하며 하나하나 다시 준비를 했다.

 

일주일 후,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들어선 활동실!

어르신들은 여전히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한 주 전과 다른 것은 조금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어르신들도 다시 보게 된 내 얼굴이 반갑고, 나 역시 다시 만난 어르신들의 미소가 편안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느끼니 드디어 자연스레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어르신들을 기다리며 먼저 도착한 어르신들과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한 주간의 안부를 묻게 되고, 어르신들은 또 보네요!’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주시는 것이었다. 어르신들과 나의 거리는 그렇게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깥에는 나비가 날아다닌다. 봄꽃이 지기 전 부지런히 꿀을 따먹고,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느라 바쁜 시기이다. 실외 활동을 자주 하기 힘든 어르신들께 나비를 안겨드리기로 했다. 농사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나비 애벌레 이야기를 하자 빨리 없애야한다며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활동지를 드리자 누구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나비꾸미기 활동을 시작하셨다. 어르신들은 대충이라는 것이 없었다. 꼼꼼하고 예쁘게 꾸미며, 나중에 손녀딸이 오면 보여줄 거라며 온 정성을 다해 활동에 집중을 하셨다. 예쁘게 꾸민 나비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우니 그 어떤 반지보다도 화려하고 귀한 반지가 되었다.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살랑살랑 나비를 날려보기도 하고, 팔을 높이 들고 흔들며 예쁘다고 자랑하시기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니,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어린 소녀를 품고 있었구나... 싶었다.

 

나눔숲 돌봄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회의하며 준비할 때는 늘 해 왔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인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는 터라 좀 더 가볍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강사로 참여하게 된 나눔숲 돌봄 프로그램은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멀리 사는 가족보다도 이웃사촌이 가깝다고 했던가!!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매주 보게 된 어르신들의 얼굴은 이제 눈을 감아도 그려지고, 환하게 웃으며 어서 와요!’하고 인사를 하는 듯하다. 코로나의 급속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전환 소식이 이제는 청천벽력 같다. 친정엄마만큼이나 그리운 어르신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날들을 보내며 오늘도 비대면 프로그램과 키트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