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녹색자금사업 ‘우리동네 녹색자금 이야기’ 사진ㆍ수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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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어울림, 어울林(림)

작품 설명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


선생님! 초록별 꽃이에요! 초록별!”

우리 어릴 땐 이런 것들도 다 먹고 나물로 그랬어~

 

숲체험 교육이 있는 날이면 저마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로 우리가 있는 숲이 떠들썩하다.

 

어르신 참여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보다 젊은 참여자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아동 참여자들은 맘껏 땀 흘리며 뛰고 자연을 느낀다. 장애인 참여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자연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풀잎과 꽃을 보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비장애인 참여자들은 장애인 참여자들과 함께 자연을 매개로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 우리는 이렇게 숲에서 모두 평등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가 된다.

 

부안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어르신, 장애인 등 다양한 취약계층이 숲체험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그 안에서 만나게 된 많은 이야기 중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12일 숲체험 캠프의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많은 외부 활동과 단절된 장애인 참여자들은 캠프를 떠나기 전부터 들떠 예쁜 새 옷을 사기도 하고, 일정을 물어보며 어떤 활동을 하는지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숲체험 캠프는 비장애인 대학생이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20대 친구들을 새롭게 만난다는 것에 장애인 참여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더욱 높았다.

 

캠프를 떠나기 전 대학생 친구들과 장애인 참여자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어색하게 인사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던 것도 잠시 서로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소개하고, 12일 동안 잘 지내보자고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걱정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 처음 향한 곳은 부안의 고사포 해수욕장이었다. 변산반도국립공원과 연계하여 수상 안전 교육 및 수상 휠체어 체험, 숲과 관련된 퀴즈와 레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캠프를 시작했다. 대학생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지체 장애인 참여자들이 수상휠체어를 타고 물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소나무 향을 맡으며 숲과 관련된 퀴즈를 함께 협력해 맞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장애인 참여자들의 기억력과 그림 솜씨에 대학생 친구들뿐만 아니라 변산반도국립공원 해설사 선생님께서도 깜짝 놀라셨다.

 

학생분들 덕분에 바다도 들어가 보고 너무 고맙습니다.”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깜짝 놀랐어요! 덕분에 바로 정답을 맞혔어요!”

정말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모두가 자유를 만끽하며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와 웃음이 피어났다.

 

대학생 친구들에게 저녁 식사 이후 장애인 참여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레크레이션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부탁했었다. 열정 가득한 친구들은 장애인 참여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게임의 난이도와 내용을 조정해 주었고 노래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노래자랑을 준비하기도 했다. 숲과 관련된 단어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맞추는 놀이, 신문의 기사 속에서 글자를 찾아 단어를 완성하는 놀이를 하며 서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고 신나는 트로트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마음껏 웃고 즐겼다.

 

레크레이션 시간이 끝난 후 준비된 간식을 먹으며 다시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복지관 생활은 어떤지, 대학교 생활은 어떤지 등을 질문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의 대화는 늦은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캠프 둘째 날은 내소사에서 진행되었다. 모기 퇴치에 좋다는 산초나무 잎을 얼굴과 팔, 다리에 야무지게 붙이고 숲체험 강사님들과 함께 내소사 전나무 길을 걸으며 주변 나무와 풀들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직접 느끼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 나뭇잎에서는 비타민 냄새가 나요!”

밤나무 가시가 이렇게 부드러울 때도 있다니 신기해요

평소 주변에서 자주 보던 풀과 나무들도 이름과 특성을 배우니 새롭게 느껴졌다. 한 장애인 참여자는 예쁜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며 나무를 꼭 안아주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숲체험 강사님께서 가지고 오신 숲 밧줄을 활용한 놀이를 진행했다. 색색의 밧줄을 매듭으로 엮어 하나씩 나눠 갖고 동일한 힘으로 줄을 당겨 팽팽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있는 힘껏 당기기 바빠 균형이 무너지고 넘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 곧 균형 잡힌 그물이 만들어졌다. 알록달록한 밧줄들이 하나의 무늬가 되어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밧줄로 만든 그물 위에 참여자들을 한 명씩 가마 태우듯 앉게 했다. 그 후 모두가 밧줄을 가볍게 흔들며“00아 사랑해!”를 세 번씩 크게 외쳤다. 밧줄 위에 올라가 있는 참여자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아주 크고 밝은 미소를 보였다.

 

잔디밭에 둘러앉아 나무 딱따구리도 만들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실을 묶어 매듭을 만드는 활동에 서툰 장애인 참여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대학생 참여자들이 도왔다. 서로 도우며 모두가 작품을 완성하였고 노래에 맞춰 경쾌하게 딱따구리를 연주했다. 저마다 모두 다른 딱따구리가 모여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 우리들이 만든 나무 딱따구리도 소리는 조금씩 달랐지만 노랫소리에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

 

천 년을 살아온 느티나무 아래 다함께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섰다. “나무들은 자신이 살아가며 생기는 많은 현상들을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다른 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황, 혹은 신체적인 어려움 같은 것들을 느끼고 만나더라도 때로는 받아드리고 적응하는 힘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숲체험 강사 선생님께서 장애인 참여자들과 대학생 참여자들 모두에게 힘차게 말씀하셨다. 그 의미가 모두에게 온전히 전해졌는지는 몰라도 그 순간 모든 참여자들이 서로를 바라보았고 큰 박수로 호응했다.

 

낯선 첫 만남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는데 숲에서 시간을 보내며 함께 활동한 우리는 이제친구가 되었다. 예쁜 나무 아래서 포즈를 잡고 함께 사진을 찍고, 점심 메뉴를 함께 고민하고, 다리가 불편해 걸음이 느린 장애인 참여자의 손을 잡고 서로에게 속도를 맞춰 걸었다.

 

마냥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하시고 저보다 더 잘하는 것도 있었어요.”

12일 동안 장애인 참여자와 함께한 한 대학생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며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한 장애인 참여자는 오랜만에 즐겁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 대학생 참여자에게 정말 고맙다며 인사를 거듭했다.

 

숲체험 캠프 동안 숲속 나무와 꽃과 풀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지혜와 자세를 배웠다. 느릅나무는 애벌레가 공격해 올 때 페로몬을 내뿜어 말벌을 불러내 위기를 벗어난다고 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고 애쓰지 않고 때로는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것이다. 산사나무는 거센 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몸통을 뿌리 반대쪽으로 튼다. 그리고 숲은 이 모든 나무와 풀, 꽃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12일 동안 우리의 모습은 숲과 나무를 닮아있었다. 혼자서 해낼 수 없을 때 옆에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배웠고, 서로를 도우며 목표를 달성했다. 각자가 잘하는 노래와 춤을 뽐내며 함께 즐기니 모두가 하나 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걸음 속도를 맞춰 같은 길을 함께 걸었고, 서로를 배려해 힘을 나누니 누구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 있는 그물을 만들 수 있었다. 함께하기에 분명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프 기간 동안 숲에서 배우고 느꼈던 이 마음들을 모두가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한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그 마음들을 주변에 전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나무를, 숲을 닮아 가면 좋겠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모두 함께 행복한 숲과 같은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