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녹색자금사업 ‘우리동네 녹색자금 이야기’ 사진ㆍ수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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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비움과 채움의 공간, 숲!

작품 설명

장지선


평소 숲에 대한 관심도가 많지 않았기에 분기별로 뒷산에 올라가거나
, 유명 여행지에 잠시 들러 방문할 정도였다. 방문해서도 30분 정도 주위를 둘러보고, 공기가 신선하다는 짧은 평만 남긴 채 다음 여행지로 바삐 움직였었다. 그래도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높았던 지라, 산에는 가지 않아도 하루에 요가 30분 이상을 하였고, 이 정도면 몸 관리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나의 잘못된 생각을 바꿔준 계기가 바로 유방암이었고, 나를 살리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 바로 이었다.

작년 유방암 수술을 통해 오른쪽 유방을 제거하고, 올해 3월까지 항암 치료도 하였다. 다행히 현대의학을 통해 암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항암 치료에 대한 명성과 악평은 익히 들었지만 사람이 이렇게까지 에너지가 고갈되고 세포가 파괴되어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몸을 다시 어떻게 살릴까 고민하던 차에 국립 숲체원과 사회적협동조합 공감에서 주최되는 암 경험자 신체·심리적 건강증진 프로그램인 공감 힐링숲스쿨을 참여하게 되었다.

공감 힐링숲스쿨은 2주마다 총 8회기(47) 동안 암 경험자들이 국립 숲체원(대전, 횡성, 장성, 영주)에 모여 12일동안 운동, 영양, 심리요법을 통해 몸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처음 참석했을 때 나의 몸 상태는 다행히도 큰 통증은 없었으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 자체가 없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하고 내 몸이 좋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본 치료가 끝났는데 몸 상태가 바닥이라는 사실이 너무 힘든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했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제일 많이 방문했던 대전 숲체원은 내가 사는 세종에서 멀지 않았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숲체원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숲해설가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식물들의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롭고 신기했다. 꽃이 층층이 피는 층층나무,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가 어려운 삼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쌀 씻을 때 사용되었던 조릿대, 둥굴레차는 알아도 처음 보는 둥굴레 잎들, 떡 포장할 때 사용되었다는 만개 나무, 야구배트 만들 때 사용되는 물푸레나무 등 이렇게 다양한 식물들이 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식물 하나하나를 인식하고 관찰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를 인정하고 나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숲은 종합병원이고, 걷는 두 다리는 의사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다등 숲체원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을 읽으며 정상까지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시면서 숲속을 맨발로 걷기도 하고, 작은 손거울을 통해 숲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마음에 담겨지는 그날의 풍경, 그 순간에 느껴지는 황홀감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하고 벅찬 감정이었다. 내가 분명 소나무를 보고 있는데 어느새 나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였고,‘잠시 쉬어가렴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빠져 버린 초췌한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던 주변 시선들, 위로하려다 오히려 상처만 남겼던 수많은 말들에 의해 닫혀버린 마음을 숲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게 위로해주었고, 밀려드는 서러움을 가라앉아주었다.

숲속 트래킹은 또한 내 생각을 비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평소에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을 멈추고 싶었지만 집에서는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나 같은 젊은 사람들은 암에 걸려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게 쉽지 않다. 어린 자녀들을 돌봐야 하고, 집안일을 해야 하며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도 나는 잠시 일을 쉴 수 있었지만 내년에 다시 회사에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내가 과연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끊이지 않았다. 나의 복직에 대해 묻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기력 없는 상태로 평생 살다가 다시 암에 걸리는 건 아닌지 불안했다. 이런 좋지 못한 생각들이 숲에 오면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되었고 점차 안 좋은 생각들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나무들은 홍수, 가뭄 등 무수한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수십년 혹은 수백년을 버텼다. 같은 나무일지라도 빛의 방향과 주변 식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체형의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한다. 그런 나무들을 관찰하면서 내 몸에 어떤 생각들을 버리고 담아야 할지 결정할 수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버려라, 건강식으로 먹어라 등 건강해지는 원리들은 참 단순하지만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힘들었다. 2주마다 숲체원에 가서 굳은 결심을 하고, 다시 실생활에 복귀해 힘겹게 적용하다가 다시 숲에 와서 나를 돌아보고 다시금 나를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그렇게 숲체원에서 진행되는 네 달 동안 나는 드디어 부드럽지만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둘러싸인 장성 숲체원은 특별한 공기를 내 안으로 불어주었고, 자작나무와 전나무가 있는 횡성 숲체원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하였다. 국립산림숲체원은 신선들이 사는 곳처럼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머물기만 하면 병이 나을 것 같았다. 치유센터에서 제공되는 특별한 한방차, 건강한 미스트 만들기, 온도 차를 이용한 물치료, 마음에 글을 새기는 캘리그래피, 생각을 비워주게 하는 신기한 불멍 등 암 환자의 지친 심신을 되찾아주었다. 정애리 님의 북 콘서트, 의사선생님이 들려주는 건강이야기, 꽃과 잎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 암 경험자들이 함께 음을 만들어가는 음악수업, 내 마음과 몸을 표현한 무용수업, 그리고 유방암 경험자가 들려주는 힐링그림책 낭독 시간 등을 통해 내가 사회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나게 되었다. 2주마다 만나는 암 경험자들은 든든한 동지였고 가족이었다. 푸근한 왕 언니, 사랑스러운 막내, 열정 가득 수다쟁이, 조심스러운 중재자, 귀여운 독설가 등 각각의 개성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의 모임을 빛내주었다. 항암 때의 아픔과 상처들, 가족들에게 차마 나눌 수 없는 이야기까지 서로의 사정들을 밤늦도록 이야기하였다. 각자의 사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울었다. 우리는 암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공유하였고, 그동안 설명할 수 없었던 마음의 그늘을 드디어 언어로 풀어낼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의 울분을 풀어주고 다음 도약을 함께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암이 제거되었음에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무의식중에 화가 나 있었다. 숲이 주는 위로와 암경함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암에 걸렸던 나와 화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몸아 그동안 수고가 많았어. 우리 정말 열심히 살았지?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살아있는 거야! 너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어. 세포야 내 몸을 이뤄주어서 고마워!”이러한 나의 열린 마음은 신체의 변화까지 이끌어 주었다. 시력은 1.0에서 1.5,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NK(Natural Kill) 세포 수는 4.7에서 5.4, 면역력의 대표 지표인 NK 활성도는 500에서 2000으로 대폭 상승하였다. 네 달만에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이제는 회사로 언제 복귀하냐는 질문에 대해 짜증과 불안 대신 자신감과 여유를 담아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저 내년 11일 복직해요! 그동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숲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어요. 꼭 숲을 방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