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녹색자금사업 ‘우리동네 녹색자금 이야기’ 사진ㆍ수기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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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일으켜 세운 희망의 길, 무장애나눔길

작품명

동생을 일으켜 세운 희망의 길, 무장애나눔길

작품 설명

최양수


내 동생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다
. 20대 중반에 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휠체어를 탄 생활에는 익숙해졌지만, 일상적인 활동에는 이런저런 제약들이 따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숲 산책이었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동생은 자주 숲을 찾아다녔지만, 사고가 난 후로 숲 산책은 언강생심 꿈도 꾸지 못했다.

장애인인 동생에게 산과 숲은 불편한 요소가 많은 장소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강한 의지로 숲길에 들어서도 가파른 언덕, 흙길, 계단 등이 항상 동생의 앞을 가로막아 산과 숲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포기하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숲에 가는 건 비장애인인 나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지만, 장애인인 동생에게는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때마다 누구나 소외 없이 공평하게 숲과 산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리고 3년 전, 나의 막연했던 바람이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녹색자금 지원 사업을 통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본가인 인천 서창동에 위치한 장아산에 교통약자를 위한 무장애나눔길이 조성된 것이다.

나는 바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었다.

장아산에 교통약자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나눔길이 생겼어. 경사가 평균 4.3%, 길이 완만하게 만들어져서 누구나 정상까지 안전하게 오를 수 있대.”

정말? 그럼 나도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거야? ~, 이제는 정말 숲에 가서 숨 좀 쉴 수 있겠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동생의 흥분에 찬 말투에서 그동안 얼마나 숲과 산에 가고 싶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곧장 주말을 이용해 동생과 함께 장아산 무장애나눔길을 찾았다. 휠체어 바퀴를 힘차게 미는 동생의 뒷모습에서 모처럼 푸릇한 생기가 느껴졌다.

동생과 함께 무장애나눔길로 들어서자 곧게 쭉 뻗은 데크길이 눈에 들어왔다. 데크길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휠체어가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경사가 완만했다. 동생은 올라가는데 전혀 부담이 없어 너무 편하다며 흡족해했다. 데크길 양쪽에는 안전펜스와 손잡이를 설치해 시각장애인들도 무리 없이 산을 오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놓았다.

특히 아무리 교통약자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숲을 훼손해가며 길을 조성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됐을 텐데, 최대한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데크길을 조성해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생과 나는 숲속에 펼쳐진 무장애나눔길로 들어섰다. 우리는 과거에 함께 산이며 숲에 다녔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완만한 데크길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곧 눈앞에 울창한 숲이 나타났다. 자연 한가운데에 서자 동생에게 찾아온 장애도, 내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도 조금은 옅어지는 것 같았다.

무장애나눔길을 천천히 올라가며 우리는 모든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기분 좋은 사색에 잠겼다. 숲 속 맑은 공기와 청아한 새소리가 잡념들을 깨끗이 씻어내 머릿속을 맑게 해주었다. 곁에서 휠체어를 미는 동생의 표정에도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 우리는 데크길에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고 숲이 전해주는 녹색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면서 힐링의 순간을 만끽했다.

휴우~ ! 숲에 오니까 진짜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아. 무장애나눔길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여기선 누구나 똑같이 웃고, 행복해질 수 있잖아.”

순간 장애를 잊고 숲과 호흡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동생의 모습에 코끝이 찡했다. 숲과 산에 오르는,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동생에게도 선물해준 무장애나눔길에 자연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모두가 함께할 때 숲과 산은 더 가치가 있고 빛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보통 숲길을 걷다보면 길이 좁아서 반대편에서 사람이 올 경우 비켜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장애나눔길은 길이 넓어서 반대편에서 사람이 와도 동생과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는 유독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생각해보니 무장애나눔길은 장애인들에게는 물론이고, 거동이 원활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산책 공간이 돼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과 함께 편안하게 숲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장아산 정상에 도달했다. 무장애나눔길을 이용해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총 4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길 중간 중간에 숲속 도서관과 사랑나무 사진촬영 장소 등이 마련돼 있어서 전혀 지루하거나 무료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도 아무 어려움 없이 숲속 깊숙이 들어가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정상에 오른 우리는 벅찬 마음으로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세상을 맞이했다. 동생과 함께 올라서인지 장아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금껏 수많은 산과 숲에 가보았지만, 내가 본 곳 중에서 가장 감동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무장애나눔길을 오르면서 내 지난 삶을 돌아봤는데, 사고를 겪은 후부터는 정말 의기소침하게 지내왔더라. 그런데 막상 정상에 오르니까,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현실이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솟아나.”

동생은 무장애나눔길을 오르면서 느꼈던 벅찬 감정을 꺼내놓으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비록 해발 72m의 야트막한 산에 불과했지만, 동생에겐 절대 불가능했던 등산을 가능하게 해주었기에 다시금 무장애나눔길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후 동생은 삶의 용기와 의지를 충전하기 위해 매주 장아산을 찾았다. 특히 여름에는 밤 11시까지 야간조명이 들어와 저녁 산행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동생은 무장애나눔길을 통해 정상에 올라가면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키웠다. 무장애나눔길에서 얻은 용기와 희망 덕분인지, 얼마 전 동생은 몇 년 동안 준비해오던 국가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

동생에게 무장애나눔길은 단순한 숲 산책로가 아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준 희망의 길이고,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용기를 준 성취의 길이며, 푸른 숲의 기운을 만끽하게 해준 고마운 길이다.

오늘도 동생은 열심히 무장애나눔길을 오른다. 그곳에서 희망을 가득 채워온 동생의 삶이 어제보다 더 푸릇하고 싱그럽게 피어나기를 바란다